장모님네에 물건 가지러 갔다가
근처 순대국 맛집에 들렀다.
순대국 2개에 순대 하나 주문했다.
아드님을 내 무릎에 앉히고,
아내님은 분주히 김치와 깍두기를 자른다.
순대에 있는 당면이랑
순대국 고기를 잘라
공기밥과 같이 아드님에게 드렸다.
자본주의의 맛을 차츰 알아가는 아들님에겐
이 맛은 꿀맛 그 자체
신나서 맛있게 드셔주었다.
가장 최근에 먹었던 순대국이
임신했을 때 먹었던거라니까
2년도 더 됐다.
맛있는 순대국을 먹을 기대감에
아내님 기분이 좋았다.
실제로 맛도 있어서 열심히 드셨다.
요즘 나가면 카페나 빵집에 가곤 했는데
맛있는 집도 자주 가야겠다.
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.
이 날 날씨가 좋았다.
미세먼지도 없었고 날도 따듯하고
순대국을 먹고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,
나온 김에 할머님네로 갈까?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~
그래 가자
그렇게 해서 할머님네로 출발했다.
요즘 시국이 바깥에 나가기가 어렵고 이동수단도 마땅치 않아서
할머님이 많이 답답해하셨다.
그래서 도착하자마자 할머님을 모시고 근처 은하수다리로 출발했다.
가는 길에 유명한 빵집이 있어서
바로 방향을 틀었다.
그 곳은 "철원 한탄강 빵명장 "
빵도 사고 경치도 구경하고 다시 우리의 목적지로 출발했다.
주차하니 마침 철원 DMZ 마켓이 열려있었다.
매주 토,일 운영한다고 한다.
음식, 가정용품, 소품, 술 등등 어느 플리마켓처럼 다양한 것을 팔고 있었다.
아드님은 신나게 시식하시고,
아내님은 아드님이 먹을 유제품과 저녁에 마실 막걸리을 샀다.
그리고 은하수교까지 천천히 걸어갔다.
안타깝게도 은하수교를 건너보지는 못했다.
10:00~17:00 동안 운영하는데 우리는 쪼~금 늦게 도착했다.
그래서 그 근처에서 사진 찍고
아드님은 신나게 뛰어다녔다.
아드님 사진 찍다가
경치를 바라보고 계신 할머님 사진을 몰래 찍었다.
내가 살면서 후회하는 일 중 하나가
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다.
점점 희미해져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.
그래서 이렇게나마 사진 찍으면 나중에는
할머님의 모습을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
오면서 제대로 못 봤는데 돌아가는 길에서야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눈에 보였다.
꽃 너머로 강이 보이고
그 너머로는 따뜻한 햇살에 짙어지고 있는 녹음이
하늘과 맞닿아 어울리고 있었다.
이 장면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다고 아내님과 얘기했다.
할머님이 저녁식사를 만드시고 있는동안
집 옥상에 올라가 해질녘의 경치와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.
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삼겹살 냄새가 우리의 후각을 자극했다.
경치도 좋은데 냄새까지 좋으니 그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.
아드님도 신이나서 팔짝팔짝 뛰어다녔다.
우리도 나중에 늙으면 여기와서 집 짓고
옥상에서 고기 구워먹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.
잔뜩 분위기에 취한 채로 내려와
할머님이 준비해주신 맛있는 음식에 맛있는 막걸리 한 잔 하니
이 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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